게임 코러스 서평

이 글은 워크룸 프레스의 신간 ‘게임 코러스’를 통해 고대 예술과 게임의 접점을 탐구한 서평이다. 책은 니체의 ‘비극의 탄생’ 이론을 바탕으로 게임 UI를 고대 그리스 극의 코러스에 비유하며, UI가 몰입을 유도하는 방식과 그 허구성이 깨질 때의 디오니소스적 현상을 ‘언더테일’ 등 게임 사례로 분석한다. 또한, UI 등

고대에는 제의, 시, 음악, 그리고 극이 구분된 형식으로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이때 회화와 조각,건축은 합리적 규칙을 따르는 제작활동(techne)에 불과했으며, 신에게 영감을 받아 탄생하는 비합리적인 뮤지케만이 예술활동이라 불리었다. 그리고 플라톤은 이것을 가장 경계했다. ​ 워크룸 프레스의 신간 ‘게임 코러스’는, 우리가 침상에 누워 아이패드로 즐기는 마인크래프트를 그시절 고대 그리스로 끌고 간다. 이때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이론적 정당성의 가장 비중 높은 근거로 활용하여 포괄적인 주장을 펼친다. 어쩌면 논문 같기도 한 이 책은 추가적으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엑시스텐즈’ 속 장면들을 발췌하고 상징으로 활용함으로써 설명을 보충하고 있다. ​ 니체에 따르면 극이란 환영을 관장하는 아폴론적 가상 속에서 나타나는 진리의 현실, 그러니까 몰아의 경지인 디오니소스적 세계이다. 이때 가상을 구성하는 요소 중 코러스는 합창을 통해 사건을 관조하는 개별적 단말로서, 무대 위의 세계가 실재적이라는 믿음을 관객에게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작가는 이 작용을 게임에 빗대어 바라보아, UI가 코러스와 같이 플레이어를 가상의 세계 속 도취로 견인하는 유사한 방식에 주목한다. 더 나아가, 우리를 끌어들였던 UI가 극과는 달리, 스스로 설득시킨 가상 세계의 일관된 규칙들을 파괴함으로써, 현실세계로 디오니소스적 세계가 범람하는 환상적인 현상을 유명 게임 ‘언더테일’의 독특한 게임플레이를 통하여 설명한다. ​ 그러나 이렇게 쉽게 파괴되는것이라면, UI가 설득시킨 게임세계 규칙들이 정말 절대적인 것이 맞을까? 책은 플레이어에게 직접적인 명령을 내리는 어떤 퀘스트, 목표보다 오히려 간접적일수록 강제성이 강하다고 말해준다. 스토리는 무시될지언정, WASD이동 처럼 가장 기본적인 체계, 가장 아래에 깔린 작동 원리들의 전제성은 결코 무시되지 않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이다. 코러스가 조용할수록, 일관될수록 우리는 그 소리에 의존하며, 제안되는 세계를 의심하지 않게 된다. 게임세계 속에서 재현된 우리세계의 합목적적 형식을 발견하고 플레이어는 주체성을 경험한다. 재미를 느낀다. 살아있음을 느낀다. ​ 우리가 훌륭한 극을, 더 넓게는 좋은 예술을 생각할 때에 그것은 격정적인 비극인 경우가 많다. 플라톤이 가장 두려워한 것 또한 비극이었다. 그에게 있어 궁극적인 비극이 실은, 디오니소스적 현실이 게임/극을 비집고 나와 경험적 현실을 헤집어 놓는 것이 아니었을까? 가상과 현실, 모방과 본질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이 그에게는 가장 절망적인 결말이었을까? ​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시인/게임을 추방할 수 없고, 추방해선 안된다. 우리가 재현에 불과한 것들을 사랑하는 이유는, 죽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와 같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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